노쇼 기차표 급증, KTX가 가장 많아
“위약금 상향으로 ‘노쇼’ 방지 노력”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지난해 설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기차표를 미리 예매했다.
출발 당일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으로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김 씨는 취소 요청을 잊고 기차 시간이 지나버렸고, 이로 인해 예매한 표는 반환되지 못하고 그대로 '노쇼'로 처리됐다.
이로 인해 다른 승객들이 예매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기차표의 효율적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한 가족이 열차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명절 기간 동안 출발 직전 취소되거나 출발 후 반환돼 재판매되지 못한 이른바 ‘노쇼’ 기차표가 44만 장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설·추석 연휴 기간 열차 출발 직전 취소되거나 출발 후 반환된 기차표는 총 44만895장으로 집계됐다.

노쇼 기차표는 타인에게 양도될 시간적 여유 없이 취소 또는 반환된 표로, 예약 부도로 분류된다.
특히 KTX가 33만9381장으로 가장 많았으며, 무궁화호 6만4382장, 새마을호 3만7132장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명절 노쇼 기차표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12만5045장이었던 노쇼 기차표는 2022년 26만6555장, 2023년에는 45만4348장으로 2년 새 약 3.6배 늘어났다.

명절 특성상 여유 있는 일정 확보를 위해 기차표를 필요 이상으로 예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용하지 않는 표는 미리 취소해 다른 이용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성숙한 예매 문화가 필요하다.

김희정 의원은 “노쇼는 필요한 사람들이 열차를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단순히 위약금을 상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에 맞는 열차 증편 등 체계적인 승차권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노쇼 문제와 더불어 승차권 불법 거래 근절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코레일은 암표 거래로 의심되는 게시물 10건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상습적으로 암표를 판매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철도사업법 위반으로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코레일은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과 협력해 암표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자체적으로도 ‘암표 제보 게시판’을 운영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제보가 확인되면 제보자에게 열차 운임 50% 할인쿠폰을 지급하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강화했다.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이 귀성객으로 붐비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뉴시스 자료사진

매크로 이용자는 1회 적발 시 30분 동안 예매가 제한된다.
2회는 1개월, 3회 적발 시 코레일멤버십 회원에서 강제 탈퇴된다.
탈퇴된 회원은 3년간 재가입이 불가능하며 명절 승차권 사전 예매, KTX 마일리지 적립, 할인 승차권 이용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코레일은 노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열흘간 승차권 환불 위약금을 일부 상향했다.
열차 출발 2일 전까지는 최저 위약금 400원이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1일 전은 영수 금액의 5%, 당일 3시간 전까지는 10%, 3시간 후부터 출발 시각 전까지는 20%, 출발 후 20분까지는 30%의 위약금을 부과한다.

전문가들은 "명절 기간 승차권 관리와 관련된 노쇼, 불법 거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철도 이용객들의 책임 있는 예매 문화와 함께 코레일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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