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실질 안전보장 요구
트럼프 “협상 아니면 빠질 것”
거친 설전 끝 광물협정 무산
EU 정상들 “美와 화해”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충돌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광물협상이 파국으로 끝났다.
3년의 전쟁 끝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의지해 온 미국과 반목한 채 굴욕을 겪고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국가가 견뎌야 하는 냉혹한 현실의 벽 앞에 서게 됐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광물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약 40분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섞인 공개 행사가 진행된 뒤 10분간 거친 설전을 벌이고 회담을 종결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담 공개 발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번이나 자신의 서명을 어겼다”며 “단순한 휴전 협상을 수용할 수 없다.
안전 보장이 없으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광물협정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실질적으로 안전을 보장해주는 첫 문서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을 거부하고 있으며 광물협정 체결 뒤 개발을 위해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면 그것이 자동적인 안전 보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40여분이 지난 시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재침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도 미래에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하자 “미국이 미래에 무엇을 느끼게 될 것인지 우리에게 말하지 말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을 끊었다.
그는 이어 “당신은 수백만명과 3차 세계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며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런 카드도 없다.
협상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며 몰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놓고 “무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석한 J D 밴스 부통령도 “당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합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격했다.
예정됐던 오찬과 협정 체결, 기자회견 없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뒤이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민을 존경한다”며 ”미국 파트너를 잃고 싶지 않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엔 “우리가 나쁜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하던 유럽 정상들도 앞다퉈 화해할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백악관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트럼프 대통령 및 미 행정부와 관계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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