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여의도·안국역 인근 등
궂은 날씨에도 14만명 거리로
尹측 “100만명 넘는 인파” 주장
시민 “대통령 구속 국가 어딨나”
野, 이재명 등 참석 정당성 강조
李 “계엄 지속 땐 꽃게밥 됐을 것”

제106주년 3·1절인 1일 서울 도심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을 놓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전국에서 14만여명이 운집해 목소리를 높였다.
세 대결장으로 변질된 3·1절 집회를 두고 윤 대통령 측은 “100만명이 넘는 인파였다”는 주장을 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은 집회에 참석해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지난 1일 서울 경복궁역 일대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범시민 대행진(왼쪽)이, 여의대로에서는 세이브코리아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3·1절 국가비상기도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마다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주축으로 한 ‘자유통일을 위한 국민대회’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했다.
집회 참석을 위해 강원 원주에서 왔다는 나순노(68)씨는 “나라가 이렇게 풍전등화인데, 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가족이 집회에 참석했다는 40대 김기양씨는 “역사의 한 장면이라 아이한테 보여줄 필요가 있어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주까지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을 순회한 세이브코리아는 3·1절을 맞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었다.
이날도 ‘일타강사’로 알려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무대에 올라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세이브코리아의 집회에는 가족 단위나 젊은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집회에서 “대통령께서 한없는 고마움의 표정을 짓고 ‘나는 건강하다, 잘 있다’는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윤상현·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찰의 비공식 추산으로 광화문에 6만5000명, 여의도에는 5만5000명 등 모두 12만명이 집결했다.
대규모 인파가 도심에 집결하면서 광화문과 여의도 등지에서는 교통이 통제되는 등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광화문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교보생명 앞 차도를 점거하면서 세종대로 양방향 전차로가 전면 통제됐고, 광화문역은 오후 2시46분부터 11분간 상하행선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여의도에서는 오후 2시 여의도버스환승센터가 전면 통제됐다.
여의도 집회에서는 국회 외곽 담장을 따라 행진하는 ‘국회 포위 집회’를 진행하자, 국회 출입이 한때 제한되기도 했다.

기념식 참석한 崔 권한대행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서울 중구 숭의여대에서 열린 10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며 3·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우리 앞에 놓여있는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가 자랑스러워할 조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앞줄 왼쪽부터 독립운동가 고 노근우 선생 후손 강상준씨, 독립운동가 고 오창근 선생 후손 오이환씨, 이종찬 광복회장, 최 권한대행, 정유헌 민족대표 33인 유족회 회장, 우원식 국회의장. 뉴시스

헌재의 탄핵심판이 최후변론까지 마무리되자, 윤 대통령 측과 야권 모두 집회를 통한 여론전에 몰두했다.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 측은 입장문을 내고 “3·1절 전국 각지에서 태극기를 들고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의 외침은 바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복귀해야 한다는 것’으로, 간결했다”며 “서울에서 경찰 추산만으로도 12만명이었고 과거 촛불집회와 같은 방식으로 추산하면 광화문 광장에서만 100만명이 족히 넘는 인파였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안국동 사거리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추미애 의원 등 야권 인사와 이태원 참사 유족 등 시민사회계에서도 참석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살아있어서 행복하다.
희망을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이어졌다면 연평도 바닷속 어딘가에서 꽃게 밥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오후 4시30분 기준 경찰의 비공식 추산으론 1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담요를 두르고 집회에 참석한 최모(29)씨는 “언론에서 20∼3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게 처음인데, 이럴 때 우리가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의왕에서 온 이모(55)씨는 “탄핵 소추 의결 이후에는 날이 추워져서 젊은 친구들에게 맡겨놨다가, 이제 날이 따뜻해져서 집회 현장을 다시 찾았다”라며 “선조들이 지켜온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려고 한다”고 했다.

위 사진은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 아래는 안국동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 참석한 야당 의원들. 뉴스1

대학가의 목소리는 이날도 이어졌다.
대학로에서는 전국 33개 대학 연합체인 ‘자유수호대학연대’의 회원 2500여명이 모여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했다.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은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사기 탄핵 규탄’,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가 적힌 피켓,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대학생 임모씨는 “한 명이 큰 힘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역사에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발언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과잠을 입은 학생들을 향해 “제도권에 있는 우리가 나라를 잘 이끌었어야 했는데 젊은 대학생들을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서울 도심 집회 관리를 위해 경찰은 전국 기동대 97개 부대 6400명과 경찰버스 230대를 동원했다.
여의도에서는 여의도공원 앞∼여의도환승센터 구간의 차량 이동 속도가 시속 4㎞까지 떨어지며 극심한 정체를 보였으나,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이예림·소진영·임성균·최경림·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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