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새 소송규칙 시행
재판부 변경 때 공판녹음 재생
녹취서 열람 후 고지로 대신해
‘무작위 증거 신청 기각’ 신설도
이재명 재판 등에 영향 미칠 듯

법관 인사 이동에 따른 재판부 변경 등으로 형사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개정 형사소송규칙이 시행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전자관보를 통해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새 규칙은 즉시 시행되며 현재 법원에 계류된 모든 형사 사건에 적용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그간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변경으로 인한 형사재판의 갱신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검사와 피고인 쪽이 동의하면 요지를 설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할 수도 있지만, 한쪽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이전에 열린 공판의 녹음을 전부 들어야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등 주요 재판에서는 갱신 절차에만 수개월씩 소요되는 광경이 연출된 배경이다.

개정 형사소송규칙 144조는 법정에서 이전 공판의 녹음 파일을 모두 듣지 않아도 재판부가 녹취서를 열람한 뒤 양쪽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등 간이한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갈음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녹취서 기재와 녹음물의 내용이 불일치한다’고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녹음물을 들으면서 오류나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은 또 증거 신청 관련 규정을 명시한 같은 규칙 132조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증명하려는 사실과 관련되고 그 사실의 증명에 필요한 증거만을 선별해 신청해야 한다’는 조항과 ‘법원은 이를 위반하거나 재판에 부당한 지연을 초래하는 증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무작위 증거 신청으로 재판이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새 형사소송규칙은 이재명 대표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와 대북 송금 혐의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가 이달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갱신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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