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한지훈 통신원·정다워 기자] 전후반의 차이. 곧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유무(有無)’였다.

9일 잉글랜드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AFC본머스의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경기. 7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일정을 위해 네덜란드 알크마르에 다녀온 탓인지 토트넘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제임스 매디슨, 마티스 텔, 미키 판데펜 등 주요 선수들을 베스트11에서 제외했다.

로테이션의 결과는 처참했다.
토트넘은 전반전 내내 제대로 된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이 빠진 왼쪽은 물론이고 공격수들은 하나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42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졸전으로 전반전이 마무리되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을 투입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왔다.
손흥민이 들어가자 왼쪽, 중앙에서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기의 공기 자체가 바뀌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9분 개인의 능력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은 수비수 두 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다.
공은 수비수 발끝을 스친 뒤 골 포스트를 강타했다.

시동을 건 손흥민은 1-2 상황에서 결국 동점골을 뽑아냈다.
역습 상황에서 연결된 침투 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에서 받았고, 골키퍼를 빠르게 제치려다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지체하지 않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손흥민의 재치 있는 돌파가 만든 득점 기회였다.

동점골을 넣을 기회에서 처음에는 도미닉 솔랑케가 공을 들고 키커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곧 공은 손흥민의 품으로 향했다.
손흥민은 골키퍼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여유롭게 중앙으로 ‘톡’ 차는 파넨카킥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이 얻은 페널티키을 직접 해결해 동점을 만들었다.

토트넘은 역전에 실패했지만 패배 위기에서는 탈출했다.
손흥민의 지분이 가장 큰 무승부였다.

손흥민은 이날 이번시즌 프리미어리그 7호골을 터뜨렸다.
유로파리그 3골, 리그컵 1골을 포함하면 총 11골을 넣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9개의 어시스트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날 활약을 통해 손흥민은 에이징커브 논란을 불식했다.
이번시즌 득점 기록이 저조해 손흥민은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탓이기도 한데 사실상 손흥민이 ‘독박’을 쓰는 분위기다.
하지만 손흥민은 가장 중요한 시점에 등장해 팀을 구해내며 에이스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반전 경기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없지만 좋은 결정을 해 골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잘 된 것 같다”라고 베테랑다운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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