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솔직하게 남겨놓고 싶어 익명의 힘으로 글 씁니다.

연락을 끊고 산지는 15년쯤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홀로 따로 고향에 사시고 

저는 그동안 금전적으로 지원을 전혀 해드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머리가 크고 나서부턴 그를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 야심한 밤 술 취한 아버지 앞에서 식칼을 내려두고 둘중 한명은 죽어야 끝나냐며 말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시절, 잠깐 개인택시를 하던 때 모습만이 그가 일을 하던 유일힌 기억입니다.

간혹 술 먹으면 어머니를 때리던 기억이 잠결에 들리곤 했습니다.

1998년 imf이후, 제가 초등학교시절 저희집은 망했는데

 그는 자신이 모아뒀던 1억아파트를 어머니가 날렸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어머니는 당시 사업을 하셨습니다. 쫄딱 망했습니다.

저는 갈곳이 없어서 친척집에 3개월 정도 맡겨졌습니다.

이때 중학교 입학을 했어야 했는데 입학 못하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쪽방을 구하셔서 다시 어머니와 저는 같이 살고

다행히도 중학교를 전학?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6월쯤에요.

그때 두분은 이혼을 하셨지만 저때문에 종종 같이 지냈습니다.

제가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종종 어머니 가게에 나타나 약간의 돈을 가져가거나,

어머니에게 그런 가게말고 자기가 알아봐준 포장마차 자리를 열라고 하셨습니다. 포장마차도 아무나 못연다며, 자기 학교후배들이 챙겨준 자리라며..

그는 깡패는 아니였지만 어렸을적 운동부였는데 학연중 일부중 그런 사람과 연락을 하는거 같았습니다.

제대로 된 취직이 안되니 

아마 돈받아주는 심부름 역할을 하는 거 같았습니다.

매번 입버릇처럼 이건만 해결하면 더 넒은 집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퍼센트로 약속 받았다는거 같았습니다.

그러다 술먹고 온 날이면 새벽에도 갑자기 저를 무릎꿇게 만들더니

아버지를 무시하냐며 인생설교를 시작했습니다.

학교가야 하는데 새벽03시부터 06시까지 술주정을 들었어야 합니다.

무릎꿇고.

어머니는 아버지가 자꾸 가게 집기를 일부 부시거나 때리니까

집을 나가셨고 가게도 내놓고 떠나셨습니다.

물론 저와는 연락했습니다.

Imf이후 어머니는 그 가게를 열기위해

저를 친적집에 맡겨두고 찜질방에서 먹고자며 모운 돈으로 

겨우겨우 살았던걸 알기에,

술만 쳐먹으면 병신지랄을 하는 그를 나도 이제 아버지로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맨정신인 아버지에게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아버지, 당신도 한때 절실히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했던거 아닙니까?

그런 그녀를 왜 이렇게도 괴롭히십니까.

어머니가 그렇게 잘못을 했다 칩시다,

그는 아무말 못했습니다. 그저 담배만 태웠습니다.

그저 너는 모른다는 말만 했습니다.

뭐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시에도, 

지금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녀때문에 사업을 말아먹어서 분노가 크다? 이해됩니다.

그러나 이혼을 하고도 계속 연락을 하고 찾아와서 깽판을 치는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평생을 그러고 살건가??

그날 밤 또 술이 엄청 취해서 오더니 새벽03시에 저를 무릎 꿇렸습니다.

니 엄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는 모른다

니 엄마때문에 자기 인생이 망가졌다

니 엄마 어딨냐, 빨리 위치 말해라

저는 이대론 못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방에 가서 식칼을 가져오고 침대에 앉아있는 그 앞에 놔두고

저는 다시 무릎 꿇었습니다.

나를 차라리 죽이리고. 아니면 내가 당신을 죽일거 같다고.

그는 잠시 충격먹었던지 가만히 있다가... 건방지다고 난리치더니 칼 다시 집어넣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저는 무릎꿇은 그 자세로 가만히 노려보았습니다.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인생설교를 시작합니다. 지겨워서 시간을 보니 1시간은 지났고 아침06시입니다. 학교를 일찍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너무 졸려서 칼을 집어서 주방 넣고 문을 닫고 집을 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아버지도 집에 안계셨습니다.

그러려니 했습니다. 당분간 조용했습니다.

이후로는 가끔 노가다 일도 하는거 같았습니다.

진짠지 본인 자존심인지 자기가 체조를 진행해야 한다며 집에 와도 새벽 일찍 나갔습니다.

 저도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20살, 아직 그 단칸방 집에 그대로 저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어머니는 반찬만 하셔서 비밀작전하듯이 집에서 떨어진 전봇대 밑에서 건네주고 가곤 하셨습니다.

차라리 이게 편합니다 아버지한테 맞고 사는걸 보는 것보단요.

알바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아버지 전화가 옵니다, 집에 찾아왔습니다. 당장 엄마집으로 안내하라고 난리를 칩니다. 또 술냄새가 납니다.

저는 옷입고 바로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는 따라와서 계속 길거리 창피한지 모르고 소리칩니다.

니 엄마 잡으러 가야 한다고.

8차선 횡단보도 였습니다. 저는 그냥 8차선도로에 누웠습니다. 같이 죽자고요.

지긋지긋 했습니다.

한동안 안와서 저는 제 먹을거 제가 알바하고 친구도 사귀고 좀 인생 재밌나 싶었는데, 진짜 인생 너무 죽고 싶었습니다.

가끔 차들이 과속을 하는 8차선이라 나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5분정도 말씨름하며 누워있자

차는 앞에서 그냥 비상깜빡이를 켜며 빵빵거렸습니다.

저는 한숨을 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은 그도 아무말 없이 바로 잠들었다가 다음날 나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몇달 후 군대를 갔습니다.

저도 이당시엔 제정신이 아니여서 핸드폰도 살려둔채로 갔습니다.

3개월 밀리면 폰이 정지되는 한도인거 아시나요?

이때 1개월 치라도 내면 잠시 풀어진다는 것도 아시나요?

근데 4개월치 밀리면 전부 다 납부하라고 합니다.

그걸 귀찮아서+ 돈도 없어 놔두니 2년후 저는 신용불량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약 100만원때문에요.

군대를 다녀오자 집이 없어졌다는 농담 들어보셨죠?

저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랬습니다.

집 계약이 끝나서 어머니가 보증금을 빼가셨거든요.

전역후 어머니한테 연락하자 조금 더 넒지만 여전히 단칸방에서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아버지와 연이 끊겼다고 할 수 있겠죠.

전화가 와도 안받았고 문자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취업도 하고 연애도 하고 홀로 따로 자취도 시작하였습니다.

연락끊고 산지 4년차, 친척누나에게 연락이 와서 받아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때는 내려가서 장례식 치뤘고, 아버지 얼굴도 뵈었습니다.

딱히 무슨 말을 나누진 않았습니다. 저는 친척들을 보러 간거지 아버지를 보러 간게 아니거든요.

고모들은 저한테 엄마한테 잘 말해서 니네 가족 다 같이 사는게 어떠냐 그럽니다.

이들에게 아버지의 행패를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 네 그러고 말았죠.

연 끊고 산지 10년차쯤에 고향 지방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저는 올 것이 왔나 싶었습니다.

돌아가셨나보다. 

받았더니 동사무소 입니다.

아버지가 기초수급자를 신청하셨는데 그럼 제 일부 정보가 필요하답니다. 직업, 재산, 동거여부 등...

아무쪼록 연 끊고 살아서 아예 모른 척 하고 싶었는데

어머니도 해주라고 그러시고,

일단 필요하단 서류를 써다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그는 수급자 통과가 됐던거 같습니다.

오늘로 약 15년정도 된거 같습니다.

다시 한번 낯선 번호로 전화옵니다.

최근 스팸전화나 여론조사 전화가 하도 와서 안받을려다가 받았습니다. 그때 그 고향 동사무소 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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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구나.

저는 십수년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무시할지,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왔습니다. 생전에 잘해드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정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고민이였습니다.

동사무소 직원이 친절하고 슬픔에 공감하는 목소리로 설명해줍니다.

이부분이 더 슬펐습니다. 아들인 저보다 타인이 더 슬퍼하고 저를 위로하려는 사실이요.

아버지가 기초수급자셔서

자녀분달에게 시신 인도가 안된다면 다른 분들과 한번에 화장하고 공

원에 뿌려지는지 안치 되는건지 아무튼 말하셨습니다.

자녀들이 시신 인도하면 무빈소로 화장비는 무료지만 안치실 기타 등등으로 230만원쯤 나올거라 합니다.

여기에 기초수급자 장례비용 80만원쯤 시에서 지원가능하니 영수증 잘 챙기라고 하고요. 

가끔 자녀가 챙길 여력이 안된다면 도에서 심사후 추가80만원

합 160만원정도 지원 가능하다 합니다. 도지원은 미확정

어머니와 통화했더니 적어도 화장되는건 보고 오라고 말씀하시네요.

미웠지만 고생만 하고 가는 사람이라고.

고향까지 오는 길에 장례식 비용등을 검색해봅니다.

많이들 하시는 3일장을 작게 해도 600만원 정도가 들더라고요.

꽤 부담되는 금액입니다.

위 내용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친형이 한명 있습니다. 제 친형은 조울증 및 피해망상 조현증이 약간 있습니다. 상태가 심할땐 6개월간 입원 시키기도 했습니다.

학생땐 전교회장도 하고 인서울 대학도 가고 꽤나 똑똑한 사람이였는데 서른살쯤 아버지가 저러는거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형도 기초수급자 입니다.

무빈소로 바로 입관 화장할까도 고민했습니다.

제 경제상태엔 그게 맞습니다.

지원금과 약간의 제 돈으로 가능하니까요. 

3일장을 해드리는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찾아오실 분이 없습니다.

아버지 형제분들 거의 다 돌아가셔서요.

아마 친인척 몇명정도와 제 회사, 지인 친구들 정도겠죠.

장례지도사 분들도 안타깝고 슬프고 공감하지만 이런 상황도 많이 보신거처럼 무빈소로 바로 화장을 권합니다.

유골처리 방법만 뿌리는건 불법이니 조심히 하고

납골당은 15년에 6만원정도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다행히도 제 지인들 부의금으로

오늘 하루 120만원 정도는 모였습니다.

여기에 시 지원금 80만원에

회사 복지기금 부모상 지원금이 200만원 정도 있군요

400만원.... 빈소 하루정도는 만들 수 있을거 같습니다.

사망진단서 떼러 가니 아버지 미납 병원비 160만원이 있다고 합니다.

나갈 돈이 560만원으로 늘었네요.

내일 되면 부의금이 더 들어올까요....

식사준비를 안하고 친지분들만 모시려 했는데

후회가 남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직 그렇게 슬프진 않습니다.

경찰관분이 사인 말씀해주실때 너무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시는 그 마음이 더 슬펐습니다.

어제 추운 겨울에 집에 돌아가시다가 쓰러지셨고 주변인들이 119 신고해서 응급실로 가셨다고 합니다.

방범cctc에도 단독으로 쓰러지시는걸 확인하여 심장마비 병사로 처리되었네요.

추운날이였다가 날 풀릴때 다른 지인들 부고장이 참 많았는데...

참 잠 안오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