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쓸데 없는 미련에 대한 고민 초장문 주의

포럼 > 고민포럼 ▼▲

고민포럼

전/현/무포럼

법률상담

참 쓸데 없는 미련에 대한 고민 초장문 주의 ⁹
[* 익명 *]
북마크 주소복사 공유하기 신고하기 사용자신고
2025-02-09 15:34 조회 : 590

파워링크광고등록안내

올해 초에 생긴 일입니다.

우연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가 최근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차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멀뚱멀뚱 그 차 앞에 서서 구경 중이었는데 마침 차주와 마주쳤고, 그 분도 차를 팔 계획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감사하게도 차량 실내외 구석구석 보여주시고 짧지만 주차장과 아파트 앞 조수석 시승도 시켜주셨습니다.

차량 상태는 자신 있고 명의 이전시 근처 카센터에서 리프트 떠서 한번 보자고도 하셔서 관리도 잘 하셨구나 생각 되었습니다.

생산된지 10년 되었고, 주행은 10만 정도 된 외제차인데.. 해당 모델 자체가 짦은 판매 후 단종으로 강제 한정판이 된데다가 최상위 트림이라 판매되던 3년 동안 국내에 채 100대가 안팔린.. 아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니크한 그런 레어템이었습니다.

(하위 트림 조차 매물이 귀하고, 사실 관심이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그 정도로 매물이 없는지는 나중에 알게된 사실입니다)

저에게는 우연치고는 너무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서로 시세 확인 후 다시 얘기하자 하고 일단 집에 왔습니다.

아무래도 매물대가 적은지라 시세 파악도 쉽지 않았고 저는 사는 입장이라 저에게 유리한데로 생각한 면이 있습니다.

다음날 통화하였는데 그분은 업자들이 900~ 1000 정도에 떠간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800 정도 생각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던건데 (이런 레어템은 사는 사람이 아쉬운건데..) 감사하게도 그럼 850 에 사겠냐고 하시더군요.

당연히 저는 그렇게 하자 말씀드렸고.. 여기서 잘 마무리를 해야했습니다...

근데 저는 그게 중고차를 사는 처음 경험이었기에 너무 신중했던(멍청했던) 나머지 제가 원데이 보험이라도 들테니 집 앞 공원 주차장에서 잠깐이라도 시승 해보고 싶고, 리프트 뜨는건 해당 차종 잘 보는 업체가 우리 아파트에서 10분 거리에 있으니 거기 가서 보자고 요청 하게 됩니다.(당시에 저는 그게 중고차 거래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네요..)

판매자분은 잠시 생각해보시더니 그렇게 하자고 하시고는 당장은 시간이 나지 않으니 거래는 일주일 후에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뭘 몰라도 크게 몰랐지만 그때도 느낌상 불안했던건지 그래도 계약금은 걸어야 하지 않겠냐 여쭸고 판매자분은 나는 마음 변할 일 없으니 10만원 정도로 예약금만 넣어라 하시고는 계좌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고지곧대로 10만원만 계약금 명목으로 넣었고요..

그렇게 며칠 지나가는 동안 본능적으로 불안하더군요.

살면서 이렇게 내 뜻대로 일이 잘 풀린적이 없었거든요.

갖고 싶던 유니크한 모델, 연식대비 깨끗한 차 상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의 매물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차주로부터 인수 할 수 있다라..? 이렇게 잘 풀린다고??

그렇게 약속한 날을 3일 앞둔 날의 저녁에 차주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최대한 빠른 거래를 원했던 제게 시간이 나면 빨리 연락주겠다고 하셨기에 기대를 하며 받았습니다.

'개인 사정상 차를 팔 수 가 없게 되었습니다. 계약금 돌려드릴테니 계좌 알려주세요' ...

역시 이렇게 잘 풀릴수는 없었나 봅니다.

차주님은 개인적인 경제상황이나 여러가지를 이유로 들며 차량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말씀하셨고.. 저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자랑도 했었는데 너무 허무하더군요.

나중에 팔게되면 저에게 꼭 파셔라 하며 계약금 그깟 10만원이니 그냥 갖고 계셔라 하는 말도 해봤지만, 언제 팔지도 모르는데 그럴 수 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통화를 끊고 아무래도 차량 판매 가격 때문에 그러시는것 같아 다시 걸어서 혹시 금액 때문에 그러시는거냐 여쭤보니 그런거 아니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그 차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도 너무 크다 말씀드리니, 본인도 예전에 어떤 차를 너무 갖고 싶어서 그 차를 소유한 동호회 회장 집에 찾아가서 매수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 마음 잘 알지만 참 죄송하다 라는 말도 덧붙이시길래.. 아 진짜 사정이 좋지 않은가 하고 통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그렇게 마치 일장춘몽인듯 잊혀지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 차를 눈 앞에서 놓쳤다는 생각에 더 그 차에 대한 미련이 생겼고 이제는 중고차 시장을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팔지 않겠다던 그 차가 중고차 플랫폼에 떡 하니 올라와 있더군요.

판매가격은 제가 매수하기로 했던 가격의 거의 두배인 1,600 만원 이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중고차 매매 어플 등등) 차주가 그 차를 1,000 만원에 딜러에게 넘겼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차주에게 화가 많이 나고 농락 당했다는(과거 본인의 경험을 말하는등 감정교란) 기분이 들었지만.. 잘 생각해보니 모든게 제 경험 부족 탓이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구매자가 아쉬운 딜에서 여러가지 추가 요구를(시승 등) 했던 점, 가격이 합의가 되었을때 빠르게 결제를 마무리해서 판매자가 계약 최소를 못하게 조치 하지 않은 점 (이번에 알게된 개인간의 거래 계약에도 유효한 계약금 배액배상) 등 생각해보니 제가 판매자라도 저에게는 안 팔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보면 판매자는 최초 협의에서 이웃주민인 저를 배려해 좋은 가격을 제시해주신건데요..

중고차든 부동산이든 거래 경험이 어느정도 있었다면 저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이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여러 기회가 있었지만 다 놓치고 저는 '지붕 쳐다보는 개' 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한 수, 두 수 배웠구나 하고 넘어가면 참 좋으련만.. 이제는 그 물질에 대한 미련이 제 발목을 잡네요.

850에 사려던 차를 1,600(보증보험, 매도비, 딜러수수료 더 하면 세금 빼고도 1700 이상) 에 라도 사는게 나을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저를 보면서.. 저도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10년도 더 된 차를, 주행거리 10만이 넘은 중고차에 왜 이렇게 집착하고 미련을 갖는걸까요?

아니면 그 순간들에 대한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걸까요?

막말로 다시 저 차를 살 돈이 없는건 아닙니다만.. 갖고나면 기분이 후련해질지 확신이 없네요.

그런데도 하루에 한두번씩 바쁘다가 한가한 순간이나 비슷한 차종이 지나가면 후회와 미련이 떠오릅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쩌시겠어요?

중고차가 아니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계실까요?

솔직히 가까운 주변에는 쪽팔려서 말 못하는 고민이라 여기에 써봅니다.

- 본문에 좀 더 보태자면, 그 차의 바로 아래 트림 모델은 비슷한 연식에 매매상 및 개인간 거래 시세가 5 ~ 80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