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토막 상식] 시리즈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예술을 자연의 모방 - 미메시스 - 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어요. 음악을 생각해 봅시다. 자연에는 여러 음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어떤 조합을 이룰 때 조화롭습니다. 그렇다면 예술가가 하는 일은, 조화로운 음을 모방해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일일 겁니다. 그래서 고대에는 조화를 중시한 음악이 많았고, 서양 고전 음악 초기까지 불협화음은 지양되었습니다.

예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 arts는 라틴어 ars에서 왔고, 이는 고대 그리스어 techne와 통합니다. Techne는 우리가 잘 아는 '기술(technique)'과 어원이 같죠. 이렇듯 고대 그리스인들은 예술을 하나의 기술처럼 파악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예술가들은 그렇게 존경받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철학자 플라톤의 사유를 조금 들어볼까요? 플라톤 역시 예술을 자연의 모방이라 보았습니다. 가령, 식탁을 만드는 일은 자연의 형상을 구현하는 행위이고, 그런 식탁을 그림으로 그리는 건 그것을 다시 모방하는 일입니다. 결국 그 그림은 자연의 복제의 복제, 즉 원본에서 두 단계나 멀어진 모사물인 셈이죠. 여기서 우리는 고대 철학자들이 중요시했던 ‘원본’의 위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본’에 대한 철학적 집착은 르네상스와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복제 기술의 발달과 함께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복제가 일상이 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 앞에 놓인 책상과 의자마저도 공장에서 찍힌 복제입니다. 우리가 있는 곳의 건축 양식도 어딘가에 이미 있는 건축 양식의 복제에 불과하죠. 자본주의는 하나의 커다란 복제 체계입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비유되는 디즈니랜드를 예로 들어 봅시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가 창조한 여러 세계를 모방한 공간으로, 복제된 세계 각각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디즈니랜드의 주차장은 기능적이면서 감정이 배제된, 삭막한 공간입니다. 화려한 내부와는 대조적으로요.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처럼요.

끝으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gymnopédie)> 1번을 아시나요? 이 음악은 불협화음을 포함해 전통적인 조화 규칙을 벗어난 화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명 익숙하지만, 어딘가 모호하고 불안정한 느낌을 주죠.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익숙했던 이 음악이 살짝은 거슬리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어느새 불협화음에 익숙해진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조화를 사랑했던 고대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