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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토막 상식 4
[미학 토막 상식] 시리즈
예술, 언어, 철학, 그리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말은 깊은 영감을 줍니다. 라이트는 예술을 '자연의 기본 원리를 인간이 사용하기에 적합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발견해서 개발한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처럼 예술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가라기보다, 세계에 이미 내재해 있는 아름다움과 질서, 그리고 원리를 발견해 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미학은 단순한 주관적 창조가 아니라, 예술가가 세상에 존재하는 미적 질서와 가능성을 인식하고 드러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언어의 속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은 무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세계와 인간의 경험 속에 내재해 있는 의미와 감각을 포착한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작가의 역할은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해 끌어내는 일입니다. 작가는 미적 감수성을 통해 언어 안에 잠재된 의미와 감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 안의 고유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겠죠.
이러한 맥락에서 칸트의 철학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칸트는 현상(appearance)과 물자체(thing-in-itself)를 구분했습니다. 우리의 감각, 특히 시각은 수동적으로 우리가 보는 것을 모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사과를 본다고 할 때, 우리가 실제로 감각하는 것은 시각에 의해 모사된 사과의 이미지(현상)입니다. 실제 사과(물자체)는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본질적 실재로 남습니다. 이는 우리가 세계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그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철학 역시 완전히 새로운 사유를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더욱 투명하게 드러내려는 노력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예술이나 철학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관점을 적용해 볼 때, 삶 역시 ‘발명’이 아닌 ‘발견’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 역시 세계와 인간 존재에 이미 내재해 있으며, 우리는 그 의미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존재인 셈입니다.
관련하여, 문학번역가 전혜린의 일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지금은 밤 12시 정각, 막 새해에 들어간 시각이다. 흥분이 된다. 체념에 넘친 1960년은 지나가 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새해가 잿빛일지 파란색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좀더 애쓰고 모색하면서 괴롭게 살아야 하겠다는 것뿐이다. 인생이란 어린이 놀이터가 아닌 것이며, 우리는 웃고 뛰놀기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닌 것이다.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서, 단 한 번인 이 삶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의 맨 끝을, 맨 속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는 데까지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죽는 것 - 애써서 노력하다 쓰러지는 것. 이것이 삶의 참 모습이다. 그 이외의 지식이나 생활이란 다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태도는 '발명'의 문화가 주는 압박에서 우리를 조금 자유롭게 해 줍니다.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가라기보다, 세계와 자신의 내면에 내재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예술가, 작가, 철학자뿐 아니라 그 누구든 자신의 삶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발견’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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