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거림에서 세석대피소로 올라 대원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게시판에 화대종주하시는 분들의 글을 보니 실제 코스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번 성중종주 때 느꼈던 능선길이 다시 보고 싶어서 다녀 온 코스입니다. 

성중종주 때는 이 세석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 이미 체력이 바닥 난 상태에서 거의 네발로 갔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거림에서 바로 치고 올라가니 걷는 동안 아주 편안 하더군요.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 가는 능선길이 이렇게 이쁜줄 몰랐습니다 ^^ 대피소 숙박이 풀려서 그런지 세석대피소와 장터목 대피소에서는 사람도 엄청 많고 아침부터 라면 끓여서 드시고 계신분들이 많아서 아주 냄새가 사람 미치게 만들더군요.

사람 많지 않은 천왕봉도 좋았습니다. 날씨는 운무가 오락가락 해서 덥지 않은 대신에 거의 곰탕 수준의 풍경을 보여주더군요. 운무가 걷히면 이쁜 풍경을 보여주다가 금방 하얗게 변해 버려서 운이 좋으신 분들은 인생샷 찍으셨다고 하더군요. 저는 운이 없어서 ㅠㅠ  날씨 덕분에 쪄죽지 않고 시원한 능선길을 걸은것 같네요.

천왕봉부터 대원사까지 하산길은 처음 가보는 코스라 여러가지로 설래였습니다. 화대종주 하시는 분들이 진정 화대종주의 시작은 천왕봉부터 대원사 가는 길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왜 그런지 확실히 느끼겠더군요. 저야 체력이 여유 있는 상태에서 천왕봉에서 중봉 올랐다가 치밭 대피소까지 나름 여유 있게 갔는데, 종주 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 체력이 서서히 떨어질때쯤 아니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그 길을 걸으시면 정말 힘들겠더군요.

저는 치밭 대피소에서 대원사까지는 무난한 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 구간이 지루하고 힘들더군요. 길도 생각보다 험한 구간이 좀 있어서 속도도 안나고 미끄러워서 넘어질뻔 한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원사부터 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엄청난 산객들과 차들로 길이 혼잡했습니다. 게다가 옆으로 흘러 내리는 계곡에서는 물놀이 하시는 분들 소음으로 엄청 시끄럽더군요. 그래도 실제 대원사 주차장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더군요. 대원사 주차장은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산객분들이 나타났는지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완전 돗대기 시장 수준이더군요. 화장실도 임시 화장실 하나 밖에 없어서 사람들 줄이 끊이지 않고 물 나오는 곳도 없더군요. 대원사 주차장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장소였습니다.

더운 여름 날씨 걱정했는데 그래도 시원하게 세석 대피소와 장터목 대피소 구간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