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영화] 시리즈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배경으로, 해당 조치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 이 작품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반공(反共) 이념 대립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결정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막중한 선택”이었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 영화 제작사 측은 당시 상황을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로 나라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통령이 내린 중요한 결정”으로 설명하며, 이를 조명한 “역사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했다 . 이러한 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특정 이데올로기 – 극우적 반공 이념과 권위주의적 국가관 – 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 본 글은 정치학적 관점에서 이 영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영화의 정치적 의도와 내재된 모순을 파악하고, 다양한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그 함의를 평가한다. 특히 포퓰리즘, 신자유주의, 권위주의 이론(후안 린츠의 권위주의 연구 등),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이행론(로버트 달, 요제프 슘페터 관점), 정치신학과 헤게모니 이론(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 등)을 통해 영화가 담고 있는 선동 정치, 권력 집중, 민주주의 훼손의 요소들을 살펴볼 것이다. 분석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영화는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와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가? 작품 내 논리는 자체 모순 없이 일관성을 가지는가? 영화가 활용하거나 드러내는 정치현상의 특징을 포퓰리즘, 신자유주의, 권위주의, 민주주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끝으로, 이러한 영화적 담론이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함의와 위험은 무엇인가? 아래 본론에서는 이들 쟁점을 순서대로 다룬 후, 결론에서 종합적인 평가를 제시한다.

영화의 정치적 의도와 이데올로기

**《힘내라 대한민국》**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명백한 정치적 의도와 편향된 이데올로기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역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현직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이 처한 정치적 위기를 정당화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선전물이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2024년 말 대한민국이 직면한 혼란은 내부의 적(국내 좌파 세력, 더불어민주당 등)과 외부의 적(북한 공산주의 및 과거의 공산 폭동)으로 인한 것이며, 이를 수습하기 위한 강력한 결단(계엄령 선포)은 애국적이고 정당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 실제로 영화는 반공 이념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자유 대 공산”의 이분법적 투쟁 서사로 재편한다. 예를 들어, 작품은 1940년대 후반의 대구 10·1 사건, 제주 4·3 사건, 여순 10·19 사건 등의 역사적 비극을 모두 남로당 박헌영 등 공산주의자들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반공 투쟁의 연장선에서 현 사태를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역사 서술이 “학계 정설과는 거리가 먼 극우적 역사관”이라고 지적하는데 , 이는 영화가 공식 역사보다 극우 이념의 틀에 충실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영화의 정치적 의도는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특정 이념에 기반한 현실 진단과 여론 설득에 있다.

이러한 이념적 편향은 포퓰리즘적 선동의 양상으로도 드러난다. 영화는 끊임없이 “국민 vs. 적” 구도를 부각시키며, 관객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장면에서 관객석 일부가 박수를 치고, 김일성·스탈린 등 적대 세력의 이미지가 나오자 “빨갱이 XX들”이라는 원색적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는 현장 르포는 , 영화가 관객들을 얼마나 감정적으로 동원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이분법적 서사는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대중을 선과 악의 전쟁에 참여시키는 담론이다. 영화 속 내레이션이나 인터뷰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국회가 입법 독재로 나라를 흔들었다” 등 엘리트 집단(야당, 국회)에 대한 분노와 지도자의 결단에 대한 찬양을 동시에 자극한다  .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 발표 연설에서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비난하며 자신을 국가를 구할 결단의 주체로 그렸는데 , 영화는 이 같은 친위 쿠데타적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포퓰리즘 이론에서 말하는 ‘국민의 의사를 사칭한 권력자의 담론’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드무아젤 무디(Mudde)의 정의에 따르면 포퓰리즘은 사회를 순수한 국민 대 부패한 엘리트로 도식화하는 이데올로기인데, 영화는 정확히 그러한 도식을 따른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영화에서 부패하거나 위험한 세력으로 묘사되고, 윤 대통령과 그의 지지층은 “대한민국을 지켜낼 순수한 국민”으로 암암리에 동일시된다. 이러한 친위 포퓰리즘은 영화의 핵심 정치적 의도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는 대중영합적 담론을 활용해 대통령의 반헌법적 조치를 애국 행위로 포장하는 선동 정치의 한 형태인 것이다 .

또한 영화는 극우적 내러티브를 통해 현 집권 세력의 이념을 대변한다. 극우 정치의 특징인 강한 국가주의와 반공주의, 반엘리트 민족주의가 두드러진다. 인터뷰에 응한 보수 성향 관람객들의 반응은 이를 뒷받침한다. 한 관람객은 “이 영화가 단순 탄핵 문제가 아니라 한국에서 벌어지는 체제 전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고 , 또 다른 이는 “공산 세력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젊은 세대는 모른다. 요즘 ‘간첩이 어디 있냐’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 이는 영화가 현재의 정치 갈등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공산주의 세력 간 이념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체제 위기 담론은 극우 정치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과격한 수단을 합리화하는 흔한 전략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헌정질서 내의 정상적인 **야당 활동마저 ‘체제를 위협하는 적대 행위’**로 등치함으로써, 극우적 세계관을 그대로 투영한다. 이러한 점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념 선전에 가깝고, 그 정치적 의도는 분열적이고 위험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내적 모순과 논리의 결함

**《힘내라 대한민국》**은 스스로 설정한 논리체계 내에서 여러 내적 모순과 논리적 결함을 노정한다. 우선, 영화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나, 정작 그 해결책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절차와 원칙을 파괴한 계엄령을 옹호한다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영화가 긍정적으로 그리는 12·3 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일시 정지시키고 군을 동원해 정적을 억압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헌정 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과 의회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로서,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 조치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비상계엄”이라고 미화한다 . 한 관람객은 영화를 보고 “비상계엄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했다”고 평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종북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까지 언급했다 . 여기서 드러나는 모순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를 억압해야 했다는 궤변이다. 민주적 절차(탄핵 심판, 국회 표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정국을 힘으로 눌러야 했다는 주장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논리인데, 이때 목적 자체(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수단(민주주의 파괴)이 충돌한다. 이러한 내적 모순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윤리적·논리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

영화 내 서사 구조에서도 일관성 결여와 선정적 편집이 발견된다. 앞서 언급했듯,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반공 투쟁사로 재구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리한 사실이나 맥락은 의도적으로 생략한다. 예컨대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며, 군사독재의 억압이나 인권유린 같은 역사적 사실도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 한 대학생 관람객은 “현대사를 의도적으로 재구성해 민주화 운동 같은 노력은 전혀 포함되지 않고, 보고 싶은 역사만 편집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실제로 영화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나 4·19 혁명 등 한국 민주주의의 긍정적 유산에는 침묵하면서, 오로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과 “그로부터 나라를 지킨 영웅들”이라는 이야기만을 강조한다. 이러한 편향적 편집은 영화의 논리 전개에 빈틈을 만든다. 관객은 왜 현재의 민주주의 체제가 무용지물이 되었는지, 계엄 이외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등을 전혀 설명받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조작된 역사 콜라주만 접하게 된다. 이는 인과 관계의 비약이며, 다큐멘터리가 요구하는 논증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설득력의 결여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영화는 정치 선전물로서의 한계도 드러낸다. 막스 베버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 국가는 합리적-법적 지배에 기반해야 하는데, 영화는 이러한 관료제적 합리성 대신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존한다. 즉, 법과 제도가 아닌 위기의식과 영웅담으로 국가 운명을 결정지으려는 태도를 긍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마치 카리스마적 지배자로 묘사하며, 그가 합법적 절차를 뛰어넘어 “결단”을 내린 것을 영웅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베버가 말한 합리적 지배의 탈피이자, 신념윤리보다 책임윤리를 저버린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정치 전략 관점에서 보더라도 영화의 논리는 위험한데,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때로 비도덕적 수단을 써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국가의 안정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힘내라 대한민국》의 논리는 결과적으로 국가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린 결정을 미화한다는 점에서, 마키아벨리가 조언한 **현실적 지혜(prudence)**와도 거리가 있다. 계엄령 선포 6시간 만에 스스로 해제하고, 결국 대통령 본인이 탄핵 소추 및 형사 기소에 몰린 현실은  , 그 결단이 정치적 합목적성이나 안정적 결과를 전혀 담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영화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적 격언을 차용하려 하나, 그 목적과 수단 모두 실패하거나 정당성을 얻지 못한 사례를 변호하고 있어 논리적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 분석을 적용하면, 이 영화의 논리적 결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아렌트는 전체주의 체제가 거짓 이념과 허구의 논리를 일관되게 반복함으로써 대중을 현혹시키는 방법을 설명한 바 있다. 《힘내라 대한민국》이 제시하는 서사는 사실과 거짓을 뒤섞어 하나의 거대한 음모론적 이야기(“공산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을 끊임없이 전복하려 시도해왔고, 지금 야당이 그 연장선”)를 만드는 점에서 전체주의적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보인다. 예컨대, 영화는 여운형 암살 배후를 박헌영으로 암시하며 역사적 통설을 뒤집는데 , 이런 사실 왜곡은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 인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한 영화 결말부에 *“온 국민이 계몽될 때다”*라는 관객의 발언 을 통해 드러나듯, 스스로를 국민 계몽의 도구로 제시한다. 이는 다원적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관점의 공존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올바른” 역사관과 정치관만을 주입하려는 태도이다. 결국 영화는 자신이 내세우는 논리 체계조차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한 채, 선동적 주장과 선택적 사실에 기대어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내적 설득력에 심각한 흠결을 보이고 있다.

포퓰리즘 이론을 통한 선동 정치 분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퓰리즘은 《힘내라 대한민국》의 정치 담론을 해석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이다. 포퓰리즘 이론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분석하면,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대중 영합적 수사, 엘리트 악마화, 희생자-구원자 서사가 그것이다.

첫째, 영화는 대중의 정서에 영합하는 선동적 수사로 가득하다. 전후 맥락이 생략된 채 제시되는 한국전쟁, 북한의 도발(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등) 장면들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 이러한 연출은 관객의 공포와 분노를 자극하여, 현 사태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감정적 충동으로 대체하게 만든다. 마치 20세기 중반 선동 정치(demagogic politics)의 기법처럼, 영화는 논리적 설득보다는 감정적 동원에 치중한다. 이는 포퓰리즘 정치인이 군중 연설에서 사용하는 기법과 유사하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집단적 분노와 피해 의식을 극대화한다. 예컨대, 영화 상영 중 관객들이 북한 지도자들과 중국, 소련 지도자가 등장하자 저급한 욕설을 퍼붓고 , 계엄령 선포 장면에 박수로 환호하는 모습 은 이 작품이 얼마나 감정의 극한치를 끌어올리는지 보여준다. 포퓰리즘 이론가들은 이러한 정치의 연극화(theatricalization of politics)가 대중을 이성적 토론에서 배제하고 비이성적 행동으로 이끈다고 경고해 왔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 영화는 엘리트와 반대세력의 악마화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고자 한다. 포퓰리즘 담론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패 엘리트 대 순결한 국민” 프레임이 여기서는 “부정한 야당/좌파 대 순국의 지도자/국민”으로 나타난다. 영화 속 내레이션이나 인터뷰에서는 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입법 독재”, “종북 세력” 등으로 지칭하며 악의 화신처럼 묘사한다  . 심지어 윤 대통령 본인이 계엄 선포 연설에서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고 언급한 장면까지 등장시킴으로써 , 합법적으로 선출된 국회의 다수파를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다. 이는 사회를 철저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편하는 선동 정치 수법이며, 복잡한 정치 현안을 도덕적 흑백 논리에 끼워맞춘 것이다. 후안 린츠(Juan Linz)가 권위주의 체제를 논하면서 지적한 “비난의 문법”(politics of blame)이 여기 해당한다 – 체제 위기를 모두 특정 집단의 음모 탓으로 돌리고, 그 집단을 제거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선전하는 방식이다 . 이러한 엘리트 악마화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 중 하나로 꼽히며, 《힘내라 대한민국》은 바로 이 지점을 부추긴다. 영화 말미에 탄핵에 찬성했던 인사들의 얼굴을 차례로 비추며 관객들로부터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을 이끌어낸 장면은 , 반대파를 나라를 망친 죄인으로 정죄하는 연출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셋째, 영화는 희생자-구원자 서사를 통해 지도자의 정당성을 포장한다. 영화 제목 **“힘내라 대한민국”**부터가 마치 국민을 향해 견디고 버티라고 응원하는 듯하지만, 정작 내용은 지도자에 대한 응원으로 귀결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수집회 단골 배경음악인 ‘양양갗가 흐르고, 구치소에서 나온 윤 대통령이 탄핵 기각 후 복귀하는 모습이 나오자 관객들이 “대통령님 힘내세요!”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 이 메시지의 귀착점은 결국 윤석열이라는 구원자를 중심으로 뭉쳐라는 것이다. 즉, 국민은 좌익세력 때문에 희생당한 피해자이며, 윤 대통령이 다시 나서야 나라가 산다는 일종의 메시아적 서사를 전달한다. 포퓰리즘 연구자들(예: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은 이러한 담론이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로 연결되고, 대중을 정치의 객체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한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국민은 그저 구원자를 기다리는 존재로 그려질 뿐 주권적 행위자로 존중되지 않는다. 이는 민주 시민이 아니라 군중으로서의 대중만을 상정하는 선동 정치의 위험한 면모다.

정리하면, 포퓰리즘 이론의 시각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은 선동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감정적 동원, 반대세력 악마화, 영웅-구원자 숭배라는 포퓰리즘의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선동성이 지속될 경우,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합리적 공론장은 위축될 우려가 있다. 또한 선동 정치의 효과로서 나타나는 비토크라시(vetocracy), 즉 서로 적대 집단으로 나뉜 정치세력이 상대의 통치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현상도 가속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영화 개봉 후 지지자들은 온라인에서 “모두가 이 영화를 봐야 한다”며 상영 확대를 압박하고 있고 , 한편으로는 왓챠 등 일부 플랫폼에서 매우 낮은 평점을 받으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 이는 이미 사회적 분열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포퓰리즘적 선동 정치를 미디어로 구현한 이 영화는 민주사회에 치명적인 **분극화(polarization)**와 정치 불신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요소의 검토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의 주요 서사가 반공 이념과 권위주의적 국가관에 집중되어 있어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이념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영화 배경에 흐르는 몇 가지 내러티브는 한국 극우 세력 특유의 신자유주의적 세계관과 맥락을 같이한다. 여기서 말하는 신자유주의적 요소란, 시장주의와 반복지적 태도, 반국가개입 이념 등을 지칭하기보다, 한국적 맥락에서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합된 우파 경제관을 의미한다.

첫째로, 영화는 반공주의를 경제 체제와 연결짓는 암시를 준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지목된 “공산주의자”들은 단순히 정치적 반대파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체제 전복자로 그려진다. 이는 곧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사회주의적 경제 체제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즉, 영화는 직접적으로 경제 정책을 논하지 않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공산주의 = 가난과 혼란이라는 냉전식 등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서울의 영상, 북한의 도발로 인한 피해 등을 나열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파괴될 때 찾아올 혼돈과 빈곤을 암시적으로 대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는 관객의 잠재의식 속에 반공 = 번영, 용공 = 파탄이라는 도식을 강화시키며, 이는 신자유주의 이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反사회주의 정서와 궤를 같이 한다.

둘째로, 영화가 옹호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신자유주의적 통치 스타일의 연관성을 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 친기업·시장중심의 정책들을 추진해왔고 노동조합 등 집단행동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신자유주의 우파로 평가받았다. 영화는 이러한 맥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을 “입법 독재”라고 부르는 대목 에서 알 수 있듯이, 야당이 추진한 각종 경제민주화나 복지 입법을 독재로 치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는 정부 규제나 분배정책을 적대시하는 신자유주의 담론과 닿아 있다. 즉 영화 속에서 야당의 국정 운영 방해 사례로 거론된 “탄핵과 특검, 야당대표 방탄 국회” 등의 표현 뒤에는 , 사실상 부패 척결이나 경제 권력 견제 시도를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로 간주하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러한 논리는 신자유주의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정치권과 노조 등이 발목 잡아 경제가 어렵다”는 담론과 유사하다. 영화는 계엄령을 경제와 직접 연결짓지는 않지만, **“나라가 흔들리는 상황”**을 극복하려는 결단이라고 포장함으로써 , 간접적으로 안정적 시장환경을 만드는 행위로까지 읽히게 한다. 실제로 극우 진영 일각에서는 2024년 말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한 각종 경제 입법(노동시간 단축, 기업규제 강화 등)을 두고 “경제를 망치는 입법 폭주”라며 계엄령을 옹호하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영화가 비록 표면상 이념투쟁에 집중하더라도, 그 바탕에는 신자유주의 우파의 정서적 지지가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셋째로, 국가 역할에 대한 이중적 태도 역시 신자유주의적 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역설적으로 강한 국가 권력을 필요로 하는 측면이 있다(특히 사회적 저항을 억누르고 시장질서를 관철하기 위해). 영화에서 묘사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강권을 휘두르는 국가 그 자체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강권 행사가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미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의 주장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나타나는 역설 – 자유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 와 통한다. 예컨대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도 자유시장 체제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부독재를 정당화했는데, 《힘내라 대한민국》이 그리는 계엄 정국도 유사한 논리 구조를 가진다. 물론 윤석열 정부나 이 영화가 경제적 자유화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수호하려 한 “대한민국의 가캇가 과연 무엇인가를 따져보면, 그것은 반공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기존 질서로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국가관 – 시장질서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국가기구의 동원을 불사함 – 이 영화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힘내라 대한민국》은 직접적으로 경제 담론을 전개하지는 않지만, 그 밑바탕에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극우 이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반공을 통한 체제 옹호, 야당 입법 폄하를 통한 반규제 정서, 자유 수호 명분의 국가 폭력 정당화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영화가 겉으로 표방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의미를 왜곡시키며,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로 기울어진 시각임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경제 발전이나 안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게 만들 위험이 있다. 경제적 효율과 시장 논리를 앞세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를 이 영화도 비추고 있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요소와 정치적 전략 평가

《힘내라 대한민국》의 가장 핵심적인 옹호 대상은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행위이며, 따라서 영화 전반에는 권위주의 정치의 특징과 전략이 짙게 배어 있다. 이 섹션에서는 후안 린츠의 권위주의 연구, 막스 베버의 지배 유형 이론, 새뮤얼 헌팅턴의 문민통제 개념, 그리고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정치 전략 관점을 적용하여, 영화에 나타나는 권위주의적 요소와 그 정치적 함의를 분석한다.

첫째, 후안 린츠(Juan Linz)의 권위주의 개념으로 살펴보면, 영화가 이상화하는 통치 방식은 전형적인 **권위주의(regime authoritarianism)**의 속성을 띤다. 린츠에 따르면 권위주의 체제는 제한적 다원주의, 정치적 무관용, 권력의 개인화 등의 특징을 가진다. 영화 속 계엄 정국 묘사는 “국회와 모든 정치활동 중지, 언론 자유 정지” 등 정치적 다원주의의 전면 억압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 이는 권위주의에서 나타나는 공개적 경쟁의 제거와 일치한다. 또한 영화는 계엄 선포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극히 단순화하고 있는데, 헌법 절차나 집단적 합의는 생략되고 오로지 지도자의 결단만이 부각된다. 이러한 권력의 일원화된 모습은 권위주의에서 권력자가 법적 제약 없이 통치하는 것과 유사하다. 더 나아가, 린츠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흔히 정치이념보다 심리적 태도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입법 독재에 맞선 구국 계엄” 논리는 체계적인 이념보다는 위기 의식과 적개심에 기반한 일종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요컨대 영화는 권위주의 체제의 전형적 정당화 담론 –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일부를 유예해야 한다” – 을 답습하고 있으며, 이는 린츠가 언급한 권위주의적 심성(authoritarian mentality)에 부합한다.

둘째, 막스 베버(Max Weber)의 지배 정당성 이론으로 볼 때, 영화는 합법적 합리적 지배(Legal-rational authority)가 아니라 카리스마적 지배(Charismatic authority)의 논리를 편다. 베버는 현대 국가의 안정은 관료제와 법치에 기반한 합리적 지배에 있다고 했으나, 영화 속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탄핵 표결 등)를 무시하고 비상조치로 국면을 뒤엎으려 한다. 이를 미화하는 영화의 태도는, 마치 비범한 자질을 지닌 지도자가 기존 질서를 초월해 행동할 정당성을 지닌 듯한 카리스마적 정당화를 내포한다. 실제로 영화는 윤 대통령을 비상시국에 나타난 구원자처럼 그리며, 그에 대한 맹목적 신뢰와 충성을 관객에게 호소한다 . 이러한 개인숭배적 경향은 전통적 권위나 합법적 권위가 아닌, “이 사람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카리스마적 믿음에 기대는 것이다. 그러나 베버적 관점에서 카리스마적 지배는 일시적 열광은 몰고올 수 있어도 제도화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영화가 간과한 점도 바로 이 부분인데, 실제 현실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시도는 곧장 철회되었고 이후 법적·제도적 심판에 직면했다  . 이는 카리스마적 돌발행동이 합법적 지배 질서에 흡수되지 못하고 충돌했음을 뜻한다. 따라서 영화가 추앙하는 권위주의적 지도력은 베버가 보기에 비합리적이며 취약한 정당성일 뿐이다.

셋째,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의 문민통제 이론 측면에서, 영화에 묘사된 계엄령 사건은 현대 민주주의에서 지켜온 군에 대한 민간통제 원칙을 심각히 훼손하는 사례다. 헌팅턴은 민주 통치에서 군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문민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함을 강조했지만, 12·3 계엄 선포는 사실상 민간 지도자에 의한 군사력의 정치 악용이라 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계엄 선포 후 군 병력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지며 , 이는 군대를 국내 정치 분쟁에 투입한 모습이다. 비록 주체는 민선 대통령이었다지만, 결과적으로 군이 정치의 도구로 이용된 것은 문민통제의 실패를 뜻한다. 영화는 이를 “불가피한 결단”으로 미화하지만, 헌팅턴의 관점에서는 이런 사태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다. 한국은 과거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을 겪으며 군의 정치개입이 어떤 폐해를 낳는지 경험한 바 있다. 그 이후 확립된 문민통치 원칙 덕분에 1990년대 이후 군부 쿠데타 없는 민주 안정이 가능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계엄 시도는 민간 정부 스스로 군의 정치 개입을 허용한 전례없는 경우로, 민주주의 퇴행으로 평가된다 . 영화는 이 점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나라를 지키는 군”의 이미지만 부각하지만, 이것은 문민통제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역사 퇴행이다. 결과적으로 헌팅턴 이론으로 본다면, 《힘내라 대한민국》이 옹호하는 행동은 민군 관계의 건강한 균형을 파괴하고 민주 체제의 안보를 위협하는 권위주의적 일탈이라 할 수 있다.

넷째,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의 정치 전략을 빗대어 평가하면, 영화 속 권위주의 전략에는 단기적 책략에 치중한 장기적 실패가 엿보인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사자와 여우처럼 때로는 강제로, 때로는 교활하게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동시에 민심의 향방과 장기적 안정을 중요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일종의 배수진을 친 강경책(사자의 전략)이었고, 영화는 이를 칭송하지만, 정작 그 결과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기는커녕 거센 반발과 탄핵 소추로 이어졌다 . 이는 민심을 오판한 전략이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마키아벨리는 통치자가 비난을 받더라도 성공하기만 하면 명분이 선다고 보았는데, 윤 대통령은 결국 직을 상실하는 위기에 처했고 심지어 내란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되었다 . 이처럼 정치적 패착을 미화하는 영화의 태도는, 마키아벨리적 의미의 현실주의와도 어긋난다. 오히려 이상주의적 자기도취에 가깝다. 요컨대 영화 속 권위주의 전략은 권력 의지를 보여주지만 전략적 합리성은 결여된, 실패한 마키아벨리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섯째, 영화가 보여주는 이러한 권위주의적 경향은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와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로버트 달(Robert Dahl)과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민주주의 이론에서 강조되는 경쟁과 참여, 다원주의라는 요소들이 계엄 상황에서 모두 억압되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음 장(section)에서 별도로 다루겠지만, 권위주의 전략의 핵심인 권력 집중과 반대 세력의 배제가 어떤 위험을 낳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권력의 일시적 집중(계엄사령관에게 권한 집중)을 긍정적으로 그리지만, 이는 권력 남용과 부패를 부를 소지가 크다. 후안 린츠도 민주 체제 붕괴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한 번 비상조치로 권력이 집중되고 나면 권위주의적 유산이 남아 체제 전환이 더욱 어려워짐을 강조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시도는 비록 단기간에 철회되었지만, 영화처럼 이를 미화하는 담론이 지속된다면 훗날 유사시 더 쉽게 권위주의 카드가 사용될 여지를 남긴다.

결론적으로, **《힘내라 대한민국》**에 나타난 권위주의적 요소들은 린츠, 베버, 헌팅턴, 마키아벨리 등의 관점에서 볼 때 민주주의 원칙에 역행하는 문제점을 내포한다. 이 영화는 권위주의 정치의 위험성을 성찰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전략을 정당화하고 미화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잘못된 정치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가 가져올 수 있는 자유의 억압, 권력 남용, 국제적 고립 등의 부정적 결과는 도외시된 채, 단지 단기적 결속과 질서만을 강조하는 이 작품은 결국 비민주적 통치의 옹호자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이행론 적용 (Dahl과 슘페터의 시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이 옹호하는 계엄 정국을 분석하면, 이는 정당정치의 원리와 민주주의 이행(및 공고화) 이론에 반하는 사례임이 명백해진다. 로버트 달(Robert Dahl)의 다원주의론과 폴리아키(polyarchy) 개념, 그리고 요제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민주주의 정의를 중심으로 영화의 논리를 재검토해보겠다.

로버트 달의 다원민주주의 이론은 현대 민주주의를 경쟁적 다원주의로 이해한다. 그의 폴리아키 개념에 따르면 민주적 국가에서는 시민의 효과적 참여, 대안적 견해의 경쟁, 투표를 통한 정책 결정, 다수의 원칙과 소수 권리의 존중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가 그리는 2024년 계엄 상황은 이러한 폴리아키 조건을 모조리 파괴했다. 우선, 국회 다수당이 입법 활동을 통해 정부를 견제한 것을 “입법 독재”라고 매도하는 것은 , 정당정치의 기본 원리인 여야 경쟁과 의회 견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다수당(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정상 작동인데, 영화는 이를 국정 마비와 반국가 행위로 묘사한다 . 이는 Dahl이 말한 정당 간 대회(contestation)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시각이다. 또한 계엄 선포는 곧바로 시민의 정치 참여를 강제로 중지시켰다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언론 검열 등) . Dahl의 기준에서 시민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인데, 영화 속 계엄은 그러한 자유 권리를 일시에 박탈한 것이다. 결국 영화가 정당화하는 바는 경쟁과 참여가 차단된 체제이며, Dahl이 경고한 비경쟁적 권위주의로의 퇴행이다.

Dahl은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해 **상대에 대한 관용(tolerance)**과 제도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영화의 메시지는 관용 대신 적대, 제도 신뢰 대신 지도자 개인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다. 이런 풍조가 확산되면 민주주의 규범 (norms)은 약화되고 헌정질서가 위험에 처한다. 실제로 영화 개봉 이후 현실 정치권에서도 지지층의 결집과 상대 진영에 대한 적개심이 증폭되고 있는데, 이는 Dahl식 경고의 현실화라 할 수 있다.

요제프 슘페터의 민주주의관은 민주주의를 지도자 간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권력 획득의 제도적 장치로 정의한다. 슘페터는 국민의 역할을 적절한 시기에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에 두었고, 선거를 통한 평화적 권력 교체를 중시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시도는 민주주의의 룰을 깨는 행위였다. 그는 선거로 뽑힌 지도자였지만, 임기 중 자신의 탄핵이나 야권의 압박이라는 합헌적 절차적 도전에 직면하자, 그 절차를 무력화하고자 했다. 이는 슘페터적 게임의 규칙 – 선거와 합법적 탄핵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권력이 교체되거나 유지되는 룰 – 을 위반한 것으로, 민주주의 게임판을 뒤엎는 행위였다. 영화는 이 행위를 정당화하지만, 슘페터 관점에서는 명백히 **“민주적 경쟁에 패배할 가능성을 무력으로 제거”**한 정치 쿠데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2024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고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이런 극단책을 선택했는데, 이는 민주 경쟁에서 밀릴 경우 받아들이지 않고 제도를 깨버리는 반민주적 태도이다. 슘페터는 민주주의의 작동을 위해 패자도 결과를 승복하는 임의성의 윤리(the ethic of uncertainty acceptance)가 중요하다고 보았는데, 영화 속 메시지는 이를 정면 부정한다.

또한 슘페터적 관점에서, 민주 정당정치 하에서 정당들은 국민에게 서로 다른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선거의 심판을 받는다. 그러나 영화는 선거보다 폭력을 앞세웠던 결정을 두둔한다. 이는 민주주의 이행(transition) 측면에서도 역행이다. 전이론(轉移論)에서 민주 이행은 기존 권위주의 세력이 선거와 타협을 통해 권력을 나눠가지는 과정을 뜻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셈이다. 2024년 총선 결과를 받아들여 야당과 권력을 분점하는 대신, 군사력을 동원해 권력을 독점하려 한 시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슘페터뿐 아니라 린츠와 스테판(Linz & Stepan)의 “민주주의의 역행”(authoritarian reversion) 개념에 부합한다. 즉, 이행이 진행 중인 민주국가에서도 불확실성과 갈등이 크면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려는 유혹이 생기는데, 윤 대통령의 계엄령과 그에 대한 영화의 미화는 바로 그런 민주주의 역행 충동의 발현이다.

정당정치의 관점에서도 이 영화는 문제투성이다. 정당정치는 다양한 사회 세력이 정당을 통해 경쟁하고 대화하며,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영화는 제1야당을 적대시하고, 군과 행정부 중심의 통치만을 정당화한다. 이는 사실상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태도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정당이 들러리로 전락했던 시절(유신 체제 등)을 겪었고, 1987년 이후 어렵게 경쟁적 정당체제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영화가 그리는 세계관에서는 거대 야당의 존재조차 국가위협 요인으로 취급되며, 정치에서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시각이 확산될 경우, 여당-야당 간 건전한 경쟁은 사라지고, 상대를 아예 부인하는 정치 – 곧 체제 경쟁으로서의 내전적 정치 – 가 되어 버린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이념적 스펙트럼이 분명한 사회에서, 한쪽 정당(진보계)을 ‘빨갱이’로 몰아 정치 지형에서 지우려 하는 것은 다원적 민주주의의 자기부정이다.

결론적으로, Dahl과 슘페터의 민주주의 이론으로 볼 때 **《힘내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규범과 제도를 심각히 훼손하는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 정당 간 경쟁과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엔진이 “독재”로 매도되고, 선거와 절차를 통한 권력교체라는 민주주의의 안전판이 무력으로 차단되는 상황을 미화함으로써, 이 영화는 한국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에 역행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관객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이나 불신을 키울 우려가 있다. 실제로 영화에 심취한 일부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나 국회의 역할을 깡그리 무시한 채, 거리에서의 충돌이나 물리력 행사마저 정당화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 이는 매우 위험한 징후로, 민주주의 이행을 연구한 새뮤얼 헌팅턴이나 래리 다이아몬드 같은 학자들이 지적했듯, 민주주의의 궁극적 붕괴는 종종 시민의 민주 가치 흔들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힘내라 대한민국》은 바로 그 민주 가치의 토대를 좀먹는 서사임을 이 항목의 분석은 분명히 보여준다.

정치신학과 헤게모니 이론의 관점

정치신학과 헤게모니 이론은 정치현상의 권력 정당화 방식과 담론적 지배를 분석하는 틀을 제공한다. 《힘내라 대한민국》에 이러한 틀을 적용하면, 영화가 어떻게 권력을 신성화하고 사회적 헤게모니 투쟁의 도구로 기능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정치신학의 맥락에서 이 영화를 살펴보자. 정치신학이란 종교적 개념과 이미지를 통해 정치권력이 정당화되는 현상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카를 슈미트(Carl Schmitt)가 “주권자는 예외상태에 결단을 내리는 자”라고 한 논의가 있다 . 슈미트에 따르면 근대의 세속정치에서도 신학적 서사가 세속화된 형태로 나타나는데, 국가의 지도자가 마치 구세주나 심판자처럼 행동할 때 정치신학적 면모가 드러난다. 《힘내라 대한민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일시 정지시키고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예외상태(계엄)를 선포함으로써 스스로를 주권적 결단자 위치에 세웠다 . 영화는 이러한 그의 행위를 비판 없이 전달하고, 오히려 역사적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한다. 이는 마치 절대군주가 신의 계시에 따라 나라를 구하는 모습과 흡사한 신화화이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극우 성향 인사들의 언설에는 윤 대통령을 구원자적 언어로 칭송하는 뉘앙스가 있다. 전광훈 목사 등 보수 개신교 인사가 영화에 등장하고, 보수집회에서나 들리던 노래가 삽입된 것도 이러한 반종교적 정치신학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광훈 목사는 과거 “문재인은 하야하라” 집회 등에서 종교적 수사를 사용해 정치 발언을 해왔고, 윤석열을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로 칭한 바 있다. 그가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는 것은 , 영화가 윤 대통령에게 신의 뜻 혹은 역사적 필연성 같은 초월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결국 영화는 세속 정치 행위(계엄)를 일종의 신성한 의무나 **성전(聖戰)**으로 격상시켜, 권력 집중과 폭력 행사를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하는 정치신학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슈미트가 말한 정치의 본질이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는 개념도 영화에 투영되어 있다. 영화 내내 “우리 대 그들” 구도가 극명하며, 적은 거의 악마화된다. 슈미트적 정치신학에서는 국가 지도자가 내부의 적을 지목하고 제거함으로써 공동체를 구원하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바로 그러한 서사를 따른다. 그는 적대 세력을 “공산주의자”, “입법 독재 세력”으로 낙인찍고, 국민에게 단호한 결단을 호소했다 . 영화는 이를 충실히 재연함으로써, 관객을 신학적 정치드라마의 신자로 참여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윤석열이라는 “세속의 주권자”에게 거의 메시아적 역할을 부여하고, 그의 행위를 통한 악의 응징을 일종의 의례처럼 묘사한다. 이러한 정치신학적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치현실을 마치 선과 악의 종교 전쟁처럼 인식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다음으로,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헤게모니 이론 관점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은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 투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람시는 사회의 지배집단이 물리적 강제력뿐 아니라 문화적·이념적 동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시민사회의 담론 장악이 중요한데, 이 영화는 바로 그런 담론 투쟁의 도구로 기획되었다고 해석된다. 실제로 극우 진영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좌편향 역사관을 바로잡는 보수 시각의 영화”라고 선전하며, 여론장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이는 지배계급(또는 지배 이념)이 자신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거나 도전받는 헤게모니에 맞서 반(反)헤게모니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영화는 역사적 서사를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기존의 주류 담론 – 예컨대 제주 4·3을 국가폭력의 비극으로 이해하고, 1987년 6월 항쟁을 민주 발전의 분수령으로 평가하는 등 – 에 도전하여, 우파적 대안 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그람시가 말한 “전진배치 진지(fortified position)”를 공격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학계와 교육, 주류언론이 쌓아온 역사 인식의 진지에 대해, 보수 세력이 영화를 대중문화 무기로 삼아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 역사서 서술 등에서 보이듯, 역사 헤게모니를 둘러싼 투쟁은 치열했다. 《힘내라 대한민국》은 그러한 투쟁의 연장선에서, 일반 대중에게 극우 역사관을 이미지와 감정으로 각인시키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영화는 남로당 박헌영을 모든 남한 내 폭동의 배후로 묘사하고 여운형 암살도 그의 소행이라 암시하는데  , 이는 기존 역사학계의 컨센서스를 전면 부정하고 새로운 인식을 주입하려는 것이다. 만약 관객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향후 정치적 쟁점(과거사 청산, 북한·종북에 대한 경계심 등)에서 보수 헤게모니가 강화될 수 있다. 즉, 영화는 대중의 역사 인식과 정치 판단에 영향을 미쳐 문화적 헤게모니 지형을 보수적으로 재편하려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현재 탄핵 정국에서 열세에 몰린 보수 정권 측이 이 영화를 통해 “도덕적, 지적 지도력”(morale and intellectual leadership)을 회복하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람시는 지배집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강압(force)과 동의(consent)를 재조합하여 헤게모니를 유지하려 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이라는 강압적 수단을 썼다가 실패했지만, 이제는 영화를 통한 동의 획득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물리력이 아닌 여론전과 서사전으로 전선을 옮겨 정권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힘내라 대한민국》 상영을 둘러싼 지지층의 열띤 홍보와, 반대 진영에서의 비판적 담론 생산(팩트체크 기사, 낮은 평점 운동 등)은, 현재 한국 사회가 헤게모니 투쟁의 한 복판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그람시 용어로 하면 보수세력이 내세운 하나의 “유기적 지식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영화 제작자와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믿는 바 역사관과 정치 메시지를 대중에게 퍼뜨리는 지식인 계층으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향후 권력 구도를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목표를 가진다.

정치신학과 헤게모니 이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힘내라 대한민국》**은 단순한 시사 다큐가 아니라 권력 담론의 신성화와 패권화 도구임을 알 수 있다. 영화는 계엄령을 성스러운 결단으로 묘사하고(정치신학), 역사와 현실을 극우 담론으로 재구성하여 대중의 의식을 변화시킴으로써 권력투쟁에서 이념적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헤게모니 전략).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공화국의 세속적·이성적 정치 문화를 해치고, 특정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이는 다양한 목소리와 세력이 공존하는 세속 다원 사회의 원칙에 반하며,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토양을 바싹 마르게 할 수 있다. 권력을 마치 종교처럼 떠받드는 순간 합리적 비판은 설 자리를 잃고, 한 편의 영화로 시작된 담론 헤게모니 장악 시도가 현실정치의 권위주의 헤게모니로 이어질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양극화, 극우 경향성과 민주주의 훼손의 위험

지금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본 《힘내라 대한민국》의 정치적 함의를 한데 모으면, 이 영화가 초래하거나 드러내는 위험 요소들은 크게 정치 양극화의 심화, 극우 포퓰리즘의 대중화, 민주주의 규범의 훼손, 권력 집중과 선동 정치의 부추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점들을 종합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이 영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인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지지자와 반대자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실제로 개봉 이후 관객 평점에서, 보수 성향 관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네이버에서는 9.87의 이례적 고평점을 보인 반면, 일반 영화평가 플랫폼 왓챠에서는 5점 만점에 2.6점의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 이는 사실상 보수 대 진보 진영의 동원 대결이 영화 평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관객석의 반응도 한쪽은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치며 열광하고, 다른 한쪽은 “불편함을 느꼈다”, “프로파간다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 이러한 상반된 인식은 영화를 매개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두 개의 현실 속에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쪽은 영화가 그린 서사를 절대적 진실로 받아들이고, 다른 쪽은 위험한 왜곡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이 거리가 영화로 인해 더욱 멀어졌다는 점이다. 《힘내라 대한민국》은 극단적 서사와 자극적 연출로 인해 중도나 중립적 입장의 입지를 좁히고, “찬성 아니면 반대”라는 이분법적 진영 의식을 강화한다. 이는 민주사회의 통합과 토론 문화를 해치는 요인이다. 이미 적대감이 팽배한 한국 정치 지형에서, 이 영화 같은 콘텐츠는 증오와 불신의 심연을 더욱 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가 심해지면 정치적 타협과 협치는 불가능해지고, 결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정치학자들은 **분극화(polarization)**를 민주주의 침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는데, 《힘내라 대한민국》은 그 악영향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영화가 드러내는 극우적 경향성은 소수의 과격 담론을 대중화함으로써 정치 스펙트럼 전체를 우경화시킬 우려가 있다. 본 작품은 일종의 극우 포퓰리즘 매니페스토라 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좌익에 대한 공포 조장, 음모론적 역사 해석, 강한 지도자에 대한 숭배, 폭력의 정당화 등 극우 정치의 요소들이 영상으로 소비됨에 따라, 이전에는 극우 집단 내부에 머물던 담론이 일반 대중에게 스며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6.25전쟁 시기 반공 이데올로기의 향수나 북한에 대한 적개심은 한국 보수층의 전통적 정서인데, 영화는 이를 21세기 현재의 국내 정치 갈등과 결합시켰다. 그 결과 극단적 반공주의가 정당성 위기에 처한 정부를 지탱하는 논리로 제시되고, 관객들 일부는 이를 받아들여 “간첩이 어디 있냐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이처럼 극우적 세계관이 설득력을 얻으면, 향후 정치 담론에서 중도적 혹은 진보적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극단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다. 사회학자 세이무어 립셋(Seymour Lipset)은 민주 안정의 조건으로 극좌·극우의 고립을 들었지만, 이 영화는 극우를 고립시키기는커녕 주류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가령 트럼프 시대의 미국, 브라질의 볼소나루 등), 음모론과 혐오의 언어가 공론장에 넘쳐나고 정치적 폭력의 위험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역시 이 영화를 계기로 극우 담론이 세를 얻는다면, 비슷한 사회 불안과 민주주의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힘내라 대한민국》이 내재적으로 부추기는 것은 민주주의 훼손의 정상화이다. 즉,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위험이 있다. 영화는 헌정 중단과 군 동원을 “대통령의 용단”으로 그렸고, 결과적으로 관객들 중 상당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캇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 이는 매우 위험한 인식 전환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쿠데타나 계엄령 같은 초법적 조치를 최악의 사태로 간주하고 가능한 한 방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사태를 일종의 영웅적 에피소드로 미화함으로써, 향후 유사한 일이 벌어져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잘못된 교훈을 준다. 헌법과 법치에 대한 존중심, 그리고 민주 절차의 신성함에 대한 인식이 이로 인해 퇴색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나 정치사회화 과정에 있는 이들이 영화를 접할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 태도나 권위주의에 대한 관용적 태도를 습득할 위험이 있다. 예컨대 영화에서 민주화 운동이나 시민의 정치 참여는 전혀 조명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 계몽”이란 이름 아래 국민을 수동적 객체로 간주한 연출이 나오는데 , 이는 민주 시민의 능동적 역할을 깎아내린다. 대신 지도자와 군에 의한 일방적 구조조정이 강조되니, 관객은 민주주의란 귀찮고 비효율적이며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민주주의의 내면적 토대 – 시민의 신념과 태도 – 를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민주주의 훼손의 지름길이다. 민주주의는 단지 제도만이 아니라 그것을 지지하는 문화와 신념에 의해 유지되는데, 이 영화가 퍼뜨리는 문화와 신념은 그 반대 방향이다.

넷째, 영화가 옹호하는 권력 집중과 선동 정치는 현행 정치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잠재적 폭력 사태를 촉발할 위험도 지니고 있다. 권력 집중의 위험성은 이미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쏠리고 견제가 사라지자,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위헌·위법한 행동까지 사전 모의했던 정황이 공소장에 드러나 있다  . 국회의원 및 반대 인사들에 대한 체포 계획 등은, 권력 남용의 전형적 사례다 . 이러한 일이 실제로 진행되었다면 대규모 정치탄압과 사회 혼란이 야기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 부분을 외면하지만, 학습된 관객이 향후 유사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지지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또한 선동 정치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상영장 분위기가 과열되어 “죽일놈” 등의 과격한 표현이 튀어나오고 손가락 욕설까지 등장했다는 르포는 , 이 선전물이 지지자들의 분노를 증폭시켜 물리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한국의 정치집회나 시위에서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영화가 불을 붙이면 정치폭력이 현실화될 위험이 있다. 나아가, 영화 속 메시지를 따른다면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조차 무시하고 거리 투쟁이나 극단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 그런 조짐은 이미 보인다 – 많은 보수 기독교인들이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고, 일부는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 이는 정치 체제에 대한 충성보다 특정 인물과 이념에 대한 광신으로 기운 것이며, 민주공화국의 기반인 법치주의, 제도 존중을 뿌리째 흔든다.

끝으로, 이 모든 위험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교집합으로 모인다. 한나 아렌트는 자유의 몰락은 대중이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게 될 때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힘내라 대한민국》은 사실과 허구를 뒤섞은 서사를 내보이며 대중의 판단력을 흐린다. 또한 후안 린츠는 민주주의의 몰락 징후로 지도자와 대중 간 직접적 유대의 강화(포퓰리즘)를 꼽았는데,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직접 동원을 꾀한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인기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 민주주의의 경고등은 더 밝게 빛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 영화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사실 왜곡과 민주 질서 파괴 선동까지 무제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창작물이 아닌 다큐멘터리 형식을 표방하면서, 객관의 외피를 쓰고 주장을 주입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악의적 정보조작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요약하면, 《힘내라 대한민국》은 양극화와 극우 경향을 드러낼 뿐 아니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민주주의 훼손의 여러 위험 요소를 내포한 정치 선전물이다. 이러한 비판점들은 단순히 이 영화 한 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곧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경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론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학적 비판 분석을 종합하면,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2024년 대한민국의 위기 국면에 대응한 특정 정치세력의 자기정당화 시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련의 도전들을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본고의 분석을 통해 네 가지 측면 – 정치적 의도와 이데올로기, 내적 논리의 모순, 이론적 프레임 적용, 민주주의 훼손의 위험 – 에서 핵심 쟁점을 짚었다.

첫째, 영화의 정치적 의도는 현 정부 및 극우 세력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데 있다. 명백히 편향된 반공 이념과 포퓰리즘 담론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며, 이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반영이자 확산 시도다. 영화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입법 독재”로 치부하고, 지도자의 과오를 “애국적 결단”으로 미화함으로써, 권위주의적 세계관을 대중에게 주입한다  .

둘째, 영화 내부의 논리적 일관성은 크게 결여되어 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유를 억압한다”는 자기모순,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편집한 프로파간다적 구성 ,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궤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영화가 내세우는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며, 그것이 목표로 하는 정치 선동의 정당성마저 약화시킨다.

셋째, 정치학적 이론 프레임워크로 본 영화의 양상은 더욱 문제적이다. 포퓰리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이 작품은 선동 정치의 교과서처럼 움직이고, 신자유주의적 시각도 깔려 있어 민주주의보다 시장과 안보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한다. 권위주의 연구의 거장 린츠의 관점에서 보면 영화는 전형적 권위주의 통치 행위를 미화하고 있으며, 베버가 말한 카리스마적 지배 논리와 슈미터의 정치신학적 결정론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 동시에 Dahl과 슘페터 등 민주주의 이론가들의 기준으로는, 이 영화는 민주 제도의 규범과 절차를 파괴하는 위험한 사상을 퍼뜨린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으로 보면, 이 작품은 극우 담론의 문화적 헤게모니 장악 시도로 해석되며, 실제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넷째, 이 영화가 함의하는 비판적 쟁점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는 이미 심화된 이념적 양극화를 더욱 조장하고, 극우적 역사관과 음모론을 대중화하여 정치적 극단주의를 키울 소지를 갖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 훼손의 위험 요소 – 법치 경시, 폭력 미화, 권력 독점 옹호 – 를 관용하게 만들어, 헌정 질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약화시킨다. 권력 집중과 선동 정치의 미화는 또 다른 위기 상황에서의 민주주의 붕괴를 용인하는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힘내라 대한민국》은 정치적 선전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한국 사회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그 균열을 넓히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증폭기 역할을 한다.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느냐는 단순한 문화 논쟁을 넘어, 현시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막스 베버가 강조했듯 정치 지도자와 시민은 책임 윤리를 져야 하며, 행위의 결과가 공동체에 미칠 영향을 숙고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힘내라 대한민국》은 매우 무책임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판과 경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는 자정 능력을 지닌 체제이다. 잘못된 정보와 선동에 대항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반론을 제기하며, 극단으로 기울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힘이 사회에 존재할 때 민주주의는 생명력을 유지한다. 다행히 이 영화에 대해서도 언론과 전문가들이 나서서 팩트체크를 하고 극우적 왜곡을 지적하고 있다  . 관객들 가운데서도 비판적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 이러한 건강한 반응이 이어진다면, 《힘내라 대한민국》은 일시적인 논란으로 끝날 뿐,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영화의 논리가 감정에 호소하는 대중주의의 물결을 타고 광범하게 퍼진다면, 우리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힘내라 대한민국》에 대한 정치학적 비판은 이 작품 자체의 문제점을 넘어서, 우리의 민주사회가 수호해야 할 가치 – 사실에 기반한 담론, 견제와 균형, 관용과 법치 – 를 환기시킨다. 영화 속 구호처럼 “힘내라 대한민국”이 진정 울려퍼지기 위해서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위험한 유혹들에 대한 단호한 거부가 필요하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힘을 내어 이러한 도전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