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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토막 상식 7
[미학 토막 상식] 시리즈형이상학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간단히 대답해 보자면, 형이상학은 "세상은 왜,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더 쉽게 말해, 형이상학은 ‘신’과 같은 궁극적 존재나 세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궁극적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면, 존재와 세계의 근본 원리와 본질 역시 이해할 수 있다는 가정이 형이상학 전반에 깔려 있죠.
형이상학(metaphysics)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입니다. 그리스어 'meta'(~을 넘어서)에 'physika'(자연학)를 합친 이 단어는 자연학(physics) 이후에 올 철학을 가리켰습니다. 후에 이 단어는 의미 확장의 과정을 거쳐 '감각적 경험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원리와 존재를 탐구하는 학문'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한자로도 형이상학(形而上學)은 감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형체(形) 이상(而上), 즉 그 너머의 본질이나 존재, 원리 등을 탐구하는 학문(學)이라는 뜻입니다.
형이상학의 주요 탐구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존재(being): 모든 존재하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 실재(reality):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근본 구조는 무엇인가?
- 인과(causality): 사물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 공간과 시간(space and time): 공간과 시간은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인식 틀에 불과한가?
- 정신과 물질(mind and matter): 정신과 물질은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가?
- 자유의지와 필연성(free will and necessity): 인간의 자유의지는 가능한가? 아니면 모든 게 필연적인 것인가?
형이상학의 역사는 의외로 깊습니다. 플라톤이 이 세상 모든 것의 근본 원리가 '선의 이데아(idea)'라고 주장한 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한참 뒤에 등장한 철학자 헤겔은 세상 모든 것의 근본 이유가 세상 밖의 '절대정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형이상학은 현대 철학에서 주류는 아닙니다. 현대에 들어 다양한 비판과 재해석을 받고 있으니까요. 니체와 하이데거를 시작으로, 이후에 등장한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사상은 '세상에는 절대적 근거가 없다'는 허무주의를 깔고 들어갑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스트인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주장을 살펴봅시다. 데리다는 형이상학이 어떤 근원적인 존재를 상정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어떤 이분법을 낳았다고 말했습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형이상학의 주요 탐구 대상들은 모두 이분법적으로 파악됩니다. 정신/육체, 실재/가상, 진리/오류, 선/악, 보편/특수, 필연/우연, 영원/변화 모두 이분법적입니다.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이 이분법에 빠져 전자가 더 우월하다고 생각해 왔고, 니체는 이 이분법이 '도덕'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 삶에 그물처럼 뿌리내려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리다는 이 이분법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건강/불건강(병듦)의 이분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완전히 건강하거나 완전히 불건강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병들어 있으니까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보면 어느새 바이러스와 공생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당장 대장균이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음식을 소화하기 어려워지겠지요. 흑백논리라는 단어가 그렇습니다. 흑과 백 사이에는 무지개가 있고, 그 무지개 안에는 다시 무한한 색의 스펙트럼이 자리하죠.
데리다의 해체 작업은 형이상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은 아닙니다. 오히려 형이상학의 구조와 전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듭니다. 형이상학의 근원적인 전제들을 해체함으로써 거리를 두려는 시도죠. 현대에 들어서야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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