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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현의 노래' 후기.jpg
kf80 2025-02-16 23:21   조회 :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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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게시글 아이콘[후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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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나무.김훈의 2004년작



1

개인적으로 

예전 역사스페셜이나 역사저널그날에서나

고려, 조선, 근현대사보다 

고대사 에피소드들을 특히 좋아했는데,

한반도 고대사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는거같아요.

미스테리한 면은 물론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 정서의 날것 원형같기도 한, 

아주 독특한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듯한데

한국 고대사를 다룬 이 소설도 

아주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고

역시나 굉장히 재밌게 읽어갔어요.


2

이 소설은 아수라판이 된 멸망직전의 가야에서

악사 우륵, 대장장이 야로, 

가야왕의 지밀시녀 아라, 신라장군 이사부 등의 

말과 생각, 행동들을 따라가는 이야기로,

도입부터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서정적인 문장으로 묘사되는 가야 선왕의 장례, 

특히 순장장면이 

잔인하기도 하고 역겹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음.


3

칼의노래도 그랬고 남한산성도 그랬고,

이 소설에서도 

상스럽고 질펀한 단어와 서술, 

품위있고 고매한 단어와 서술들이 

구분과 차별없이 섞여 이어졌고, 

끔찍하고 역한 장면을 무심히 묘사하는 솜씨도 

역시 뛰어났어요.

또, 한 순간의 풍광을 

굉장히 현실감있고 아름답게 묘사하는 구절들도 

종종 나오는데 

이게 또 그때 그 공기가 느껴질정도의 

현실감과 아름다움이었음.

개인적으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건 

중간중간 민간에 도는 소문을 옮기는 구절들이었는데, 

뭐랄까 가차없이 신화적인 얘기들이었달까, 

그래서 더 쇼킹하게 각인이 된듯.


4

이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나라와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소리와 쇠에대한 관념론적 이야기이기도 했는데요. 

김훈의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선문답식 서술이 많아, 

'뭔소리지' 하는 부분도 따라서 많았어요.

주인이 따로없이 세상을 흘러가며 

잡는자가 주인이 되는 '쇠'.

반면에 역시 주인없이, 

몸이 불러내면 세상에 나타났다 없어지는 '소리'는 

주인없이 늘 새로워서 덧없고, 덧없어서 새로운데

"제가끔"인 사람들과 고을들이 바로 그 "소리"같기도 하고..

쓰면서도 정확히 감이 안잡히네요ㅋ

쓰인 문장들 자체는 단순하고 어려운 말도 없어서 

느낌적인 느낌으론 희미하게 다가오는데

절대 직관적이지 않더라구요.


5

요즘 말랑랑랑 감성 트렌드와는 확연히 다르게 

선 굵고 무심하게 쭉쭉 쓰인 김훈의 소설들은 

그 자체로 어떤 경지에 올라있는것같아요. 

이제 김훈소설 읽으려는건 흑산, 공무도하 두권 남았는데 이것들도 재밌었으면 좋겠음.


6

읽고나서 정보 검색해보니

이 소설이 2011년에 영화화 되려다 엎어졌다고 하네요. 

아래는 뉴스기사에 첨부된 스틸샷.

이성재가 우륵, 왕석현이 니문, 안성기가 이사부, 

이다해가 아라로 캐스팅됐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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