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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흑산' 후기.jpg 9
kf80 2 2025-02-27 13:07   조회 : 1407
1000052698.jpg (21.5 KB)1000052618.jpg (341.9 KB) More files(16)...

시리즈게시글 아이콘[후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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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학고재. 2011

 

1

읽기 전엔 제목도 그렇고

정약전 중심의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는데,

여러 주요 인물들에게 분량이 고르게 배분돼있더라구요. 

 

 

2

조정과 지역관의 부패와 무능, 수탈이 극에달해

사람들은 극단적인 굶주림에 못이겨 

고향을 버리고 집단으로 떠돌고,

천주교가 전래돼 '다 갈아엎자'며 

민간에 급속히 퍼지던 조선후기,

정순왕후 섭정대의 천주교박해를 큰 줄기로 놓고

당시의 아수라판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소설.

 

 

3

배교선언 후 흑산도로 유배오는 정약전,

정씨형제의 조카사위 황사영,

약전이 흑산에서 만난, 조카사위처럼 맑은 창대,

정씨가문에서 노비 면천된 육손이와 김개동,

의주와 청을 오가는 마부 마노리,

육지와 흑산을 오가는 사공 문풍세,

새우젓 파는 강사녀, 쫓겨난 궁녀 길갈녀, 

상전대감과 그 아들에게 차례로 겁탈당하고 

도망친 노비 아리,

천주교인인게 발각돼 도망친 과부 오동희,

배교후 밀정이 된 박차돌,

엉망인 나라에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열뻗히는 말잔치를 벌이는 정순왕후 등과,

이들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내내 번갈아 이어지는데,

각각의 사연들이 

이렇게 절절하고 애달플수가 없었네요.

 

 

4

한 단락을 꼽자면 이것.

"개국 이래로 국본이 이토록 망가진 적은 없었는데, 

첫째는 주려서 유리걸식하는 백성들의 참상이고 

둘째는 무민하는 요언(요사스런 말-당시 퍼지던 천주교리)의 창궐이었다. 

요언의 뿌리는 굶주림이었고, 그 두가지는 실상 한가지였다. 

요언이 썩은 고기의 구더기처럼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때, 

그 썩은 고기는 바로 굶주림이고, 

그러므로 요언은 일없이, 저절로 생겨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당상들은 누구나 알았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국가든 왕조든, 어떤이름 어떤형식의 공동체든 

본질적으로 계속 가라앉으려는 '사회 최저선'을 

끊임없이 물속에서 끌어올려서

사람들이 최소한 곤궁하지 않게, 먹고살수는 있게 해주는게

이렇게나 중요한듯.

당시 조정이 '요언'이라고 걱정한 천주교 전파도 

그걸 하지못해서 시작됐고, 

현대의 많은 사회병폐들도 거기서부터 시작되는듯하구요. 

그게 해결되고나서야 '바르게 살아라, 정직하게 살아라, 부지런히 살아라'가 먹히는걸테죠.



5

정조대 배경의 소설 읽는건 세어보니 세번짼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중 흑산은 가장 참혹하면서 깊이있는 얘기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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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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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보기 코멘트작성 코멘트9
overdoze 다른의견 0 추천 0
저 따옴표는 뭘로 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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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80 다른의견 0 추천 0

그냥 사진어플 텍스트입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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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일김 다른의견 0 추천 0
추천드립니다. 이런 소설 보고싶었는데 한번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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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80 다른의견 0 추천 0
최근에 김훈 소설들 읽고있는데 전부 좋은 소설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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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이지나도기억해 다른의견 0 추천 0

이 소설을 읽으셨으니 영화 '자산어보'를 더 재밌게 보실수 있겠군요.

안보신 분들도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동주' 좋아하신 분들은 만족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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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80 다른의견 0 추천 0

자산어보 참 좋은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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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0028 다른의견 0 추천 0
정확하진 않지만 자산어보란 영화가

이 흑산이란 소설에서 정약전에 관한 부분을

가지고 만든 영화인가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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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0028 다른의견 0 추천 0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우리사회 역사인식 중 하나가

정조를 계몽군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좋게 보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세종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대원군의 순한 맛인 것인데...

 

한 왕조가 500년 이상 간다는 것이 불행의 원인인것 같더군요.

명나라처럼 300년 정도에 망했어야 할 왕조였는데...

그래야 새 왕조로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인데...

한 왕조로부터 새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 개인의 능력과 성향과 상관없이 말입니다.

 

정조 또한 새 시대를 열고자 하는 임금이 아니라

조선초기 성리학의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또는

다시 회귀하고자 했던 임금이었는데

그런 임금을 계몽군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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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80 다른의견 0 추천 0

몰랐는데, 그런 평가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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